케이지 베이커의 [The Anvil of the World] 어저께 다 읽었다. 재미있는 판타지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밤을 새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음날 일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논문 쓰는데도 지장이 있다 (단어나 문장이 판타지스럽게 된다?)

어쨌거나, 제 일급이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사갈 때 내다버리는 부류에는 속하지 않고 제법 훌륭하다. 작가의 통제력에 감탄. 모든 것이 적절하고 깔끔하다... 장편 에픽 스타일 하이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맞지 않는 책이지만, 가벼우면서도 날카로운 맛이 있고 잘 쓴 책을 찾는다면 강추. 날카로우면서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시니컬하지 않고, 상당히 주장하는 바가 있지만 설교하지 않고 우아하게 넘어가는 면이 특히 좋다. 예리하고 생생한 인물 묘사와 대화는 특급이다. 주인공은 일종의 안티히어로인데, 예쁜 여자만 보면 섹슈얼 패닉에 빠져 어버버거리는 것이 참... 귀엽다?

게다가, 진 울프나 메리 젠틀 류의 SF/판타지 짬뽕을 약간 시도하는데, 아주 잘 하고 있다. 진 울프처럼 철저한 짬뽕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판타지에 짬뽕 양념을 약간 넣은 거지만, 대단히 효과적이다.


그렉 이건의 [The Schild's Ladder]도 다 읽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사이언티즘의 프로파간다가 너무 눈에 거슬린다. (물론 하드SF 독자들을 만족시키려면 이 양념이 안 들어갈 수 없겠지만...) Schild's ladder는 고등기하학과 양자역학의 만남 -- 실제로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완전히 이론 수준이지만 -- 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의 설교는 주로 neophobia를 지양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환영해야 한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과학소설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렉 이건도 하드코어 보수주의의 핵심을 오해하고 있다. 진정한 보수는 바로 인간에 대한 회의이며, 인간의 사고와 액션이 무엇인가 새롭고 더 나은 것을 창출할 가능성에 대한 배척이다. 공산/사회주의는 바로 이 이유로 보수적인 사상이 될 수 없고, 기독교도 궁극적으로 보수가 될 수 없다. Scientific method는 그 자체로 무슨 이념이 아니므로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과 상관이 없지만, 과학소설에 등장하게 되면 딱 갈라져서 이념이 되어 버린다... 이념이 아닌 과학적 사고방식은 종교나 도덕과 충돌할 일이 없지만 scientism은 이데올로기이므로 이런저런 종교, 철학, 도덕 등등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고, 따라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이해도 문제. 그렉 이건은 [인간성]을 열린 시각으로 보자고 말한다. 인간성이란 것은 arbitrary concept 라고 한다. 그것은 지적으로 방어가 가능한 주장이다. 그런데, 인간성의 외연을 열어 놓고 살려면 믿음이 필요해진다! 자아를 불확정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도. 누구나 다 그런 영웅적인 믿음과 용기를 지니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작가의 프로파간다를 차치하고 보면 그런 대로 괜찮은 하드SF이긴 한데... 숙제도 제대로 했고... 생생한 인물 묘사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엥, 별로. 섹스의 미래상 묘사는 이 소설의 또 다른 큰 부분인데, 이것도 그리 신통치 않다. 베이커와는 달리, 이사갈 때 버리고 갈 소설이다.

2004/05/02 14:20 2004/05/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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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zucena 2015/01/29 13: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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