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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닉이란 브랜드 명은 웨스턴 일렉트릭 시절로 거슬러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이름이다. 알텍이 아직 랜싱 사운드 컴퍼니를 합병하기 전에 쓰던 브랜드인데, 이미 제임스 랜싱이 알텍을 위해 515 우퍼의 원형을 디자인하고, 나중에 802 드라이버가 될 102 필드코일 드라이버를 제작하고 있었다. 아이코닉의 제품은 짧은 기간 동안 아주 소수만 만들어져 그리 널리 퍼져 있지 않지만, 515 우퍼의 센터 폴을 섹트럴 혼으로 관통해서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조합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그 청사진이 나와 있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604의 오리지날이 탄노이 듀얼 콘센트릭보다 먼저 나온 것이다)

아이코닉이 부활했다. 알텍 랜싱은 80년대 말에 EV에 합병되면서 연구 개발을 중단하고 97년에 중국에 브랜드 네임마저 팔려버려 실제로 망한 상태다. 컴퓨터용으로 많이 쓰이는 알텍 랜싱 스피커들은 중국의 알텍 랜싱 테크놀로지즈에서 생산하는 것들로, 원래의 알텍 회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열받고 상처입은 옛 알텍의 엔지니어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는 야심을 품고 재설립한 회사가 바로 이 [아이코닉 매뉴팩쳐링 컴퍼니]로, 아직 상장은 하지 않았지만 활발한 제품개발/생산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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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이번에 새로 구입한 아이코닉의 704-8A 코액셜 드라이버다. 보면 알겠지만 이름만 바뀌었을 뿐 옛 알텍의 604와 똑 같은 물건이다. 모양만 똑 같다고 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가짜 (604-8L)도 똑같이 생겼지만... 이 물건은 진짜고, 옛 공장에서 604만들던 기계로 오리지날 부품을 써서 604 만들던 기술자들과 직공들이 만들었다. 글자 그대로 진짜 604다.

604를 소유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다. 이미 A-7 시스템을 써 보았기 때문에, 소리가 탐나서라기 보다는 그 꿈을 잊지 못해 구입한 것이다. 나이먹어 은퇴한 사람들이 어릴 적의 동경을 찾아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심리와 비슷한 거다.

604는 오리지날 604, 604B, C, D, E, G, H, K 그리고 변종으로 605-A 및 B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오리지날과 B는 픽스드 에지에 나비 댐퍼를 쓴 515 우퍼와 802 드라이버를 합친 것으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뿐 아니라 설혹 구한다 해도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C가 되면서 에지에 도핑재를 바르고 잘 부서지는 오리지날 섹트럴 혼을 작게 축소한다. E 버전부터 에지를 린넨 천으로 바꾸고, G가 되면서 프레임을 16인치로 키우고, H부터 모양뿐인 섹트럴 혼을 만타레이 혼이라고 CD 혼의 일종으로 변경한다. K는 더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없게된 알니코V 자석 대신 페라이트를 쓴 버전이고... 605는 좀 싸게 만든 604인데 우퍼부가 515대신 416, 컴프레션 드라이버도 802 대신 806을 쓴 것이다.

604는 록과 팝에 관한 한 아직도 스튜디오 모니터의 미국 업계 표준이다. 보통 [빅 레드]라고 불리는 612 케비닛에 담겨 있고, 마스터링 랩에서 설계한 크로스오버를 달고 있다. 마스터링 랩에서는 여전히 이 604로 (G 버전) 일을 한다.

한국에도 604 쓰시는 분들이 아주 많다. 오페라 같은 대편성 음악, 재즈나 블루스, 성악/피아노/타악기/관악기가 많이 들어간 음악에 강하고, 100dB를 넘는 고능률에 저 아래까지 당당하게 뻗는 중후한 저음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현악이나 섬세한 음악에는 전혀 아니올시다인데다가, 좁은 방에서 들으면 시끄럽기가 보통이 아니다. 오리지날이나 B는 그나마 우아한 품위가 있어 C부터 G 까지의 후기 버전들보다 덜 시끄럽고 소리도 전반적으로 낫다고 한다 - 내 귀에는 H 소리가 가장 좋지만. (내 생각에 오리지날이나 B가 덜 시끄러운 것은 알니코 자석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자력을 소실해서 그런 것이다. 알니코는 퀴리 온도가 페라이트보다 낮아서 열 받으면 쉽게 자력을 잃는다. 또 오리지날과 B는 제대로 된 큼지막한 섹트럴 혼이 달려 있어서 중음 대역이 C, E, G보다는 훨씬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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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구입한 704는 페라이트 자석을 쓴 것이므로 구조상 K와 동일하다 - 515G 우퍼에 902K 드라이버를 합체시킨 거다. 일단 100리터 들이 EV 상자에 넣어 들어보았더니 통이 작아 저음이 뻗지는 않지만 이대로도 훌륭한 604의 소리를 낸다. 나중에 오리지날인 620C 인클로져를 구하게 되면 거기 넣어서 들어봐야겠지만, 우선은 이걸로 만족한다.

전용 크로스오버는 발매는 하고 있지만 같이 구입하지 않았다. G 버전 까지의 오리지날 크로스오버는 씨리즈 필터라고 해서 요즈음은 거의 쓰지 않는 종류이고, 특성도 별로 좋지 않다. H와 K는 일반적인 패럴렐 필터를 쓰고 저음쪽 2차 고음 쪽 3차의 버터워스 필터를 채용한 것으로, 오리지날보단 낫지만 여전히 쓸만한 물건이 못 된다. 마스터링 랩이나 유레이 제 크로스오버가 훨씬 낫지만 구하기가 힘든지라, 내 나름으로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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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KHz에서 나누는 저음 2차, 고음 2차의 링크위츠 필터이다. 통이 작아 저음이 안 나므로 패시브 EQ를 짜 넣었다 (1K 센터포인트, Q 0.3의 씨리즈 노치 필터) 제대로 된 큰 통 (200리터 이상) 을 쓴다면 필요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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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는 주파수 특성만 갖고 보면 아주 형편없는 스피커다. 오르락 내리락... 보통 스튜디오에서는 라인레벨에서 액티브 EQ로 플랫하게 만들어서 쓴다. 나도 EQ가 있지만, 일단 패시브로 할 수 있는데까지 한 다음에 쓰는 것이 원칙이다. EQ 안 쓴 상태에서도 저만하면 604 치고는 괜찮은 특성이다. 능률은 100dB가 넘어 문제가 없지만, 604는 싱글 진공관 앰프로 울리기가 나쁘다. 16인치 구경의 그것도 굉장히 무거운 콘과 무식하게 큰 자석의 조합은 강력한 구동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얼마 전 완성한 FET 파워앰프로 울린 소리가 2A3 앰프로 드라이브했을 때보다 훨씬 좋다.

그러구러 한 이틀 들어 보았는데... 소편성 클래식이나 현악은 역시 좀 아니다. 하지만 록이나 재즈는, 과연 명불허전. 604를 오래 쓰신 분들 얘기로는, 잘 길들여서 604로 현을 낼 수 있게 되면 그 소리가 그야말로 기막히다고 한다. 나도 그런 소리 좀 들어보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런지..?

어찌되었든, 소년시절의 꿈 하나를 이루었다. 좀 유치한 느낌도 들지만, 아아주 행복하다.

2004/05/02 22:38 2004/05/0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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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초의 세상보기 ::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다 - 알텍 604 [옛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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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심원구 2009/09/27 15: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알텍에 관한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 만초 2009/10/20 22:19  address  modify / delete

      심원구님 반갑습니다. 댓글 늦게 보았습니다... 요즘 제 블로그 관리가 영 소홀합니다. 죄송하구요, 도움 되셨다면 기쁘겠습니다. [만초 2009/10/19]